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서구 중산층의 기분을 느껴보고자
코스트코 홀세일에 방문했다.
회비 삼만오천원을 내자,
과연 당신도 이제 합리적인 중산층이라는 라이선스를 발급해준다.
매장에 들어서자 미국 홈디포에서나 보던 형식의 창고형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깔끔한 타이포의 영문 병기 안내 표지판이 나의 지위를 올려주는 것 같다.
정신줄을 놓는 사이,
과연 처음 보는 브랜드의 다양한 외제 상품에 손이 간다.
왠지 서구 중산층들이 쓴다는 합리적인 제품들을 국제화 감각에 발맞추어 구매하는 느낌이 든다.
과연 사람들은 합리적인 소비감각으로 카트에 마구 쓸어 담고 있었다.
번들로 사서 칼로리를 이웃과 나누는 것이야 말로 역시 합리적인 소비라고 느껴졌다.
소문 속의 머핀과 치즈케잌과 피자가 보였다.
가격은 쌌고 크기는 거대했다.
효과적인 중산층 비만을 이룩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저것들을 먹고 살을 찌운뒤 각종 다이어트 상품을 구매하면,
나도 이제 미국 중산층 라이프에 가까워질 것 같다.
불필요한 직원들이 거의 없었다.
역시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여서 이익을 돌려주나보다.
무빙워크 끝에서 카트를 끌어주는 직원들은 머핀을 먹고 비만이 된 중산층을 돕는 배려라고 느껴질 뿐이었다.
영수증을 검사하는 것 역시 매사에 정확한 서구식 습관인 듯 싶다.
이제 뉴요커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마침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그럴싸한 슈트를 입고 비만인 자들을 냉소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만오천원짜리 브런치를 먹어봐야겠다.
.
.
.
정신줄을 도로 잡은 후,
집었던 상품들을 내려놓고,
피자 한 판과 버드와이저 한 짝, 바디로션 따위만 남기고,
당초 목표였던 타이어가 장착된 시간에 맞추어 코스트코를 나왔다.
집에서 굴러다니던 정체 불명의 필름 두 롤을 소문 속의 노리츠 기계로 스캔해서 받아왔다.
필름 한 롤은 오염 훼손으로 현상 불가..
필름 한 롤은..
이렇고.

저렇고.

요렇고..

이렇게 됬다..

맥주에 침수했던 미놀타 XG-9 안에 있던 필름, 그 후 혹시나 찍어봤던 그 필름이구나..;;;
미국 중산층 서브프라임으로 다 서민 되씀.
담에 나도 데려가..
같이 쓸어담아보자.
...중산층은 프라임일거 같은데..
...서브프라임 서민이 빈곤층이 되었다는.. 슬픈 애기..